서비스 구축

오래된 이사 중개 시장의 문제 해결하기

역할: Product Designer, PM

Concept: 오늘의집 이사팀이 풀고 싶은 시장의 문제

이 글에서는 최근 만들고 있는 이사 서비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사 서비스는 집꾸미기 콘텐츠 탐색이나 인테리어 상품 구매 경험와는 결이 조금 다른 영역이에요. 파트너사와 고객, 두 축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성립하는 프로덕트거든요. 이 글에서는 그 두 사이드를 함께 만족시키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들려드릴게요.

오늘의집에서 이사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아요.

"이사는 원래 하던 카테고리 아니지 않아요?"

"인테리어 플랫폼이 왜 이사까지 하나요?"

"이사는 그냥 저렴한 게 최고인 것 아닌가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저희 팀이 풀고 싶었던 문제는 단순히 이사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이사 시장에 관행처럼 존재해온 드립 프라이싱(drip pricing) 문제를 푸는 것이었거든요.

드립 프라이싱은 처음 안내받은 견적가와 실제 청구되는 최종 금액이 달라지는 현상이에요.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쾌한 경험이고, 시장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어요.

이 문제는 제품 경험의 개선만으로는 풀리지 않았어요. 비즈니스가 함께 움직여야 했죠. 그래서 오늘의집은 파트너사를 직접 검증하고 협업하는 '책임보장' 모델을 채택했어요. 고객이 가구를 살 때 응당 기대하는 오늘의집의 서비스 퀄리티를, 이사 서비스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왜 오늘의집에서 이사까지 해?'라는 질문은 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집을 꾸미고 인테리어를 알아보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 바로 오늘의집이라고 생각했고, 그 흐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이사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면, 번거로운 일은 오늘의집에 맡기고 정작 즐거운 집꾸미기 경험에는 더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봤어요.

실제로 이사는 오늘의집이 오랫동안 쌓아온 탄탄한 커뮤니티와 커머스 생태계와 브랜드 자산 위에서 충분히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고요. 문제는 이 모델이 성립하려면 파트너사와 고객, 두 사이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Partner Side: 파트너사가 계속 남고 싶은 플랫폼

아무리 좋은 고객단의 경험을 설계해도, 실질적으로 이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사가 떠나면 소용없어요. 파트너사가 플랫폼에 남는 이유는 결국 하나예요. "여기서 확보하는 리드(고객)의 질이 좋다"는 확신이 있을 때죠.

그래서 첫 번째로 챙긴 건 파트너사가 플랫폼 안에서 양질의 고객 리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아무 리드나 많이 붙여주는 게 아니라, 실제 이사 니즈가 확실한 고객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었죠.

이 솔루션을 구체적인 프로덕트로 옮긴 게 이사 신청 플로우예요. 짐 사진과 영상을 항목별로 촬영하게 하고, 가전과 가구를 세부 항목까지 직접 선택하게 한 뒤, TV나 세탁기 같은 개별 품목의 종류·크기·수량까지 입력받도록 설계했어요. 여기에 선호 시간대와 이사 견적에 필요한 세부 정보까지 신청 단계에서 미리 입력받도록 플로우를 추가했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신청 정보는 파트너사 입장에서 방문 견적 없이도 정확한 견적을 산출할 수 있는 수준의 리드가 돼요. 헛발질하는 영업이 줄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리드를 받을 수 있어야, 파트너사도 오늘의집이라는 채널에 계속 투자할 이유가 생기니까요.

개선의 임팩트

실제로 배포하고 나서 효과를 확인했어요. 배포 후 6일간 데이터를 보면 24시간 이내 수락률이 4.86%에서 5.23%로 6.8% 올랐고, 같은 기간 최고치인 5.30%까지 찍었어요. 같은 기간 신청 건수는 20.8% 줄었는데 수락 건수는 15.3%만 줄었어요. 신청이 더 크게 줄고 수락은 상대적으로 덜 줄면서 수락률이 올라간 구조였죠.

입력 단계가 개인 단위의 신호라기보다 '필터'로 작동해서, 의도가 약한 신청을 사전에 걸러내고 신청 풀 전체의 유효 신청 비중을 높인 결과로 해석했어요.

물론 신청 자체가 20.8% 줄어든 건 계속 지켜봐야 할 가드레일 지표예요. 관측 기간이 6일로 짧아 계약 완료까지 이어지는 전환은 아직 확인 전이고요. 다만 수락 총량은 크게 보전되면서 수락률이 오른 걸 보면, 매칭 시장 전체의 효율은 개선된 방향이었어요.

임팩트

24시간 이내 수락율

4.86% → 5.23%

*배포 후 일주일 간 데이터

전체 수락건수

15.3%

Customer Side: 고객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매칭

두 번째는 고객 쪽이었어요. 이사가 필요한 고객들이 투명한 가격 정보를 가진 파트너사와 더 잘 매칭되도록 하는 것이었죠.

드립 프라이싱 문제의 본질은 결국 '정보 비대칭'이었어요. 고객은 최종 금액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계약을 맺어야 했죠. 그래서 매칭 화면에서부터 가격 정보를 먼저 보여주기로 했어요. 파트너사를 찾는 동안 '40평대 평균 견적'처럼 최저·평균·최고가를 먼저 보여줘요. 최근 3년간 오늘의집에서 실제로 오간 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값이라, 고객은 매칭이 끝나기 전부터 자신의 이사 조건이 시장에서 대략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또 견적을 입력하는 허들을 넘기 전, 매칭 단계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오늘의집에 양질의 파트너가 많이 활동한다는 걸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평점과 리뷰 수를 기반으로 지역별 파트너 리스트를 볼 수 있는 피드도 새롭게 준비하고 있어요.

매칭이 진행되면 파트너사별로 평점과 리뷰 수, 예상 견적을 함께 보여주고, 바로 채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열어둬요. 정보를 숨기지 않아도 선택받을 수 있다는 걸 파트너사도 체감해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이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거든요.

마무리하며: 교집합을 찾는 일

두 사이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험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에요. 파트너사만 챙기면 고객 신뢰를 잃고, 고객만 챙기면 파트너사가 이탈해요. 결국 프로덕트가 풀어야 했던 건 이 둘이 동시에 성립하는 지점을 찾는 일이었어요.

'2개 사이드 고객이 존재하는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건, 그 교집합을 계속 좁혀나가는 과정이라는 걸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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